아이들과 1일1놀이 시작한 이유

아이들과 1일1놀이 시작한 이유

게으른 엄마와 부지런한 아이들 (20.10.23)

요즘 종종 주변에서 임신, 출산 소식이 들려온다.
 나의 1번 아기 리니는 7살. 외동으로 자랄 줄 알았던 리니의 친한 친구들에게 0~2살의 동생들이 생겼다.
 얼마 전 그 엄마들에게 “우리 애는 동생이 어리다보니 첫째한테 뭘 못해주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아이들은 부지런한 엄마 덕에 각종 체험들과 매일 매일 학원도 열심히 다녔었는데 동생이 태어나면서 둘째 준비시켜 나가는 것이 힘들고, 육아가 고되어 하나씩 중단하고 있는중이라고 한다.
 
 
 언제나처럼 집안일을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
“난? 난 아이들에게 무었을 해주었나? 우리 아이들은 기본적인 의식주 외에 엄마와 즐거움을 몇 번이나 공유해봤지?”
 
 나의 1번아기 리니는 7살, 2번아기 메이는 6살이다. 505일 터울의 연년생 남매이다.
 1번아기의 삶은 언제나 기다림과 스스로. 신생아 동생을 17개월에 만난 이후로 언제나 기다려야만 했고, 무엇이든지 스스로 할 수밖에 없었다.
 2번아기는 또 어떠한가? ‘나’라는 독립된 사회를 형성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누나의 인간관계에 강제로 포함되었다. 좋던 싫던 누나가 보내고 싶은 하루일과를 같이 보내야만 했다.
 비로소 이제야. 7살과 6살이 끝나가는 이 무렵에야 이런 것들을 깨달음에 혼자 미안하고 또 미안함에 울었다.
  
 지금의 우리 가족을 보는 사람들은 “아이들 다 키웠네. 한번에 끝내서 좋겠다.” 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이... 지금까지 아이들 ‘양육’만 했던 내게 비수처럼 박힌다.
 아무것도 해준 것 없이, 자기들끼리 그냥 자랐다고. 의젓한 아이들이 스스로 컸다고 말하고 싶다.
 내 곁에 아이들이 머무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아이들 사춘기는 일찍 온다던데. 초등 고학년만 되도 방문 닫는다는데.
 2번아기가 벌써 6살이니까 우리 모두가 함께 할수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게 느껴진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이 마음이 작심 3일이 되지 않도록 여기 이렇게 기록으로 남긴다.
 

모두 잠든 시간. 혼자 끄적여본 놀이들

 
 
 내가 선택한 1일 1놀이.


 열심히 검색하고 내가 충분히 해줄수 있으면서 우리 아이들도 재미있어 할만한 것들을 작성해보았다.
 일단 적어는 봤지만 지금 당장 재료가 없는 것들을 따로 추렸다.
 A4용지를 8등분하여 그럴싸한? 글자를 읽을줄 아는 1번 아기가 봤을때 흥미로워할만한 타이틀로 하나씩 옮겨적었다.
 네모 반듯반듯하게 접는 것은 식상하니 어릴적 친구들과 수업시간에 지겹도록 주고받은 편지접기로 접어본다.
 통에 담았는데... 양이 작아보이지만 저래보여도 30개는 거뜬히 넘는다.
 (예전에 주방하부장 셀프페인팅 했을때 쓴 페인트통. 저 색상을 너무 좋아해서 통을 말려놓고는 도통 쓸 곳이 없어서 방치해뒀는데, 이렇게 매일 사용하게 되니 너무 뿌듯하다.)
 인터넷으로 필요한 준비물들을 주문하고, 오프라인으로 사야하는 품목들도 포스트잇에 적어놓았다.
 하나씩 준비가 되면 미처 통에 넣지 못한 쪽지들도 하나씩 들어갈 수 있겠지.
.
 

꼬깃꼬깃

 
룰 정하기

교육목표 : 리니와 메이가 “나 이제 안할래. 재미없어.”라고 말할 때 시원섭섭함과 성장의 기쁨을 온전히 느끼는 것.
1. 시작은 당장 내일부터.
2. 아침에 일어나서 한명이 쪽지를 뽑고 함께 열어 읽어본다.
3. 오전엔 각자 유치원or원격수업 등 일과를 보내는 동안 나는 그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놓는다.
4. 추워서 밖에서 놀지 못하는 시간이 되면, 집에 와서 함께 놀이를 한다.
5. 매일 반복한다.
6. 이 놀이의 끝은 너희의 생각주머니가 많이 자라서 더 이상 나와 함께하고 싶지않다할 때.
 아주 간단하고 쉬운 룰. 하지만 게으르고 아이들과 놀아준 적 없는 나에겐 무척 어려운 룰.
 하루에 1만큼 부지런한 엄마가 될게. 너희도 조금만 천천히 자라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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